<사진=에스원>
저녁 7시가 되면 수업이 끝난 학교 체육관에 조명이 켜지고 출입문이 열린다. 밤 10시 마지막 이용자가 퇴장하면 잔류자 확인을 거쳐 문이 잠기고, 아무도 없는 시간에는 센서가 배관과 전기 설비의 신호를 살핀다. 이 과정에 상주하는 관리 인력은 없다.
학교 보안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학교 무인화는 교직원이 없는 시간에 외부인 침입을 감지하는 ‘지키는 보안’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시설을 열어 운영하고 이용자 안전과 건물 설비 상태까지 확인하는 학교 안전솔루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학교 체육관이다. 사람이 열고 닫던 문을 시스템이 일정에 맞춰 제어하고, 당직자가 살피던 설비 상태는 AI와 센서가 확인한다.
배경에는 학교시설 개방 확대가 있다. 생활권 곳곳에 자리한 학교 체육관이 지역 생활체육 공간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 주도로 개방이 추진됐고, 교육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학교복합시설 200개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체육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주 1회·30분 이상 생활체육 참여율은 62.9%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상승했는데,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체육시설 접근성 부족’을 꼽은 응답은 31.3%에 달했다. 운동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가까이에서 이용할 시설은 넉넉하지 않다는 뜻이다.
학교가 문을 열기까지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저녁과 주말에 시설을 열려면 출입문을 관리하고 이용자가 모두 퇴장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용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는 일도 뒤따른다. 개방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관리 책임 역시 학교가 부담한다. 교직원이 퇴근한 야간이나 방학 중에는 누수나 설비 이상을 확인할 인력을 두기도 쉽지 않아, 운영 인력과 시설 관리 부담이 학교시설 개방의 과제로 꼽혀 왔다.
보안업계는 이 지점에 주목해 보안과 안전을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학교폭력 감지 AI CCTV와 얼굴인식 리더 등 기존 학교 보안 인프라 위에, 시설을 열고 운영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을 더하는 구조다.
학교 대상 안전솔루션은 ▲출입과 개·폐관, 조명·공조를 제어하는 ‘체육관 무인관리 시스템’ ▲개방 시간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지능형 학교 안전 패키지’ ▲설비 이상을 확인하는 IoT 솔루션 ‘블루스캔’으로 구성된다.
학교 체육관 개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사고 관리와 인력 부족이다. 주말과 야간에 전담 인력을 두기 힘든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학교 측이 감당해야 할 관리 책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운영 인력 과제의 해법은 경기 의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포의왕교육지원청은 학교 체육관 개방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시 인력을 배치하는 대신 무인 운영 방식을 채택했고, 에스원이 이 사업에 참여해 관내3개교 시범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원의 ‘체육관 무인관리 시스템’은 출입·개폐관을 제어하는 보안 시스템과 조명·공조를 다루는 설비 제어 시스템을 하나로 묶었다.
운영은 등록된 일정표에 따라 이뤄지는데 낮에는 학생들의 수업 공간으로 쓰이다가 방과 후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민에게 개방하는 식이다. 주말과 새벽 시간대도 일정만 등록하면 운영할 수 있다.
폐관도 시스템이 지원한다.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단계별 음성 안내가 이용 종료를 알리고, 잔류자와 안전 상태를 확인한 뒤 출입문이 잠긴다. 이후에는 감지기가 내부 움직임과 출입문 상태를 확인하다가 침입이 감지되면 긴급출동으로 이어진다. 당직자가 저녁 시간 내내 담당하던 업무를 시스템이 지원하면서, 학교는 운영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실제로 의왕의 한 중학교는 별도 관리 인력 없이 주말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개방 시간인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체육관 조명과 냉난방 설비가 켜지고, 이용자가 모두 퇴장하면 자동으로 꺼지는 방식이다. 이 학교 시설 담당 주무관은 “주말에는 당직 근무자가 없어 체육관을 개방할 때마다 부담이 컸다”며 “지금은 입력해 둔 일정표대로 출입문 개폐부터 조명 제어까지 알아서 이뤄져 인력 없이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지하 1층 전기실 태양광 인버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학생과 교직원 1,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낮 12시 19분 시작된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수업 중이던 학교는 전면 대피를 겪었다. 사람이 있는 시간이었기에 즉시 대피가 이뤄졌다.
이용 중 안전사고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경남의 한 공공체육관에서는 바닥 공사 이후 미끄러워진 바닥에서 이용자가 넘어져 다쳤고, 시설 관리 책임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2025년 학교안전사고 및 보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안전사고는 22만136건으로 전년보다 8,486건 늘었는데, 이 가운데 체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가 13만3,487건으로 60.6%를 차지했다.
학교 환경에 맞춰 개발된 에스원의 ‘지능형 학교 안전 패키지’는 화재 징후, 위험구역 진입, 지정 구역을 벗어나는 움직임, 일과시간 외 배회, 담장과 교문을 넘는 침입, 학교폭력, 흡연까지 7종 알고리즘으로 이상 상황을 실시간 감지한다. 실험실과 조리실처럼 화재 위험이 있는 곳, 폐집기를 보관하는 외곽 구역처럼 학교마다 다른 위험 지점에 맞춰 필요한 알고리즘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사고 확인은 학교와 교육지원청 양쪽에서 이뤄진다. 학교에 설치된 SVMS(Smart Video Management System)가 개방 시간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교육지원청에서도 같은 영상을 원격으로 조회한다.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담당자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전달되고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AI CCTV를 도입한 학교라면 분석 알고리즘을 추가해 같은 카메라로 개방 시간 안전 확인까지 확장할 수 있다. 군포의왕교육지원청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관내 학교 추가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달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집중호우로 교사동 천장과 벽체에 누수가 발생해 31개 교실에서 천장 마감재가 일부 떨어졌고, 학교는 휴업을 결정했다.
국회에 제출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사립학교 건축물 6만1,251동 가운데 준공 40년이 지난 건물은 1만4,531동으로 23.7%에 이른다. 건물보다 먼저 낡는 것은 설비다. 급배수 배관 등 건축설비의 내구연한은 15~20년 수준이어서, 40년 된 건물이라면 배관은 이미 여러 차례 교체 시기를 지난 상태일 수 있다. 소방청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학교 화재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191건이 발생했고, 원인의 55%가 전기·기계설비 등 시설 요인이었다.
설비 이상은 사람이 있을 때는 곧바로 조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피해가 커진다. 교직원이 퇴근한 야간이나 방학 중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다음 근무일에야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피해가 눈에 드러난 뒤에는 복구 범위와 비용이 함께 커지는 구조인 만큼, 시설 관리의 무게중심도 사후 대응에서 사전 감지로 옮겨가고 있다.
에스원은 인천 지역에서 건물 누수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 60곳을 대상으로 사전 감지가 가능하도록 누수 대응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마다 배관 상태와 시설 위험 요인을 점검한 뒤, 급수 배관과 전기 설비, 화재 수신반 등에 센서를 연결해 24시간 신호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상이 감지되면 관리자 휴대전화로 즉시 알림이 전송되고, 같은 신호가 에스원 관제센터에도 접수된다. 물 자국이 드러나기 전 신호 단계에서 이상을 포착하는 구조다.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학교도 설비 상태를 알림으로 전달받아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침입 감지에서 시작한 학교 보안은 이제 시설 운영, 이용자 안전, 설비 상태 확인까지 담당하는 안전솔루션으로 넓어지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시설 개방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출입 관리뿐 아니라 이용자 안전과 설비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는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5년간 축적한 보안관제 역량과 AI·IoT 기술을 바탕으로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이 안심하고 문을 열 수 있는 안전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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